이끼(Green Moss) 색을 보면 추상표현주의의 선구자인 브라이스 마든(Brice marden) 작가가 떠오른다. 그의 작업 방식은 불교 수행에 가까운 고행이다. 2019년부터 브라이스 마든의 책들을 아마존에서 어렵게 직구해 공부해왔다. 지금은 그때보다 구하기 힘들어진 것으로 안다.
마든은 전형적인 모더니스트이다. 개념예술과는 상반된 순수회화에 가깝다. 새롭기보다 미니멀해서 자칫하면 단조로워 보일 수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이 작가가 좋다. 끌린다. 무언가 너무 좋을 때 좋아하는 데 이유가 없듯, 나에게 브라이스 마든이 그렇다. 인공조명처럼 똑같은 조명 색상 아래에서 작업하지 않고 빛이 희미한 어두운 시간에 앉아 그려나간다. 그는 보이지 않는 색감, 명상적이고 영적인 컬러를 만들어 낸다.
자연은 단순한 초록색이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어떤 태도에 가깝다. 보이지 않는 진실을 마주하기 위한 마음과도 같다. 나는 그런 상징적인 컬러를 끊임없이 찾고 그로 인한 평화로운 내적 상태를 전달하고 싶다. 생각이 많았던 2021년 늦 겨울과 이른 봄의 사이, 동네 뒷산인 가림산에 올랐다. 이때 사람들이 가지 않는 새로운 산책 루트를 발견하게 되었다. 제법 무거운 콘탁스 g2를 가지고 주변의 이끼들을 기록했다. 잡념이 많을수록 셔터를 누를 때 힘이 잔뜩 들어간다. 힘을 빼는 연습은 생각을 줄이는 연습과도 같다. 힘을 빼고 더 많은 기록을 해야겠다.
이끼는 감춰진 듯 오묘하다. 한 컬러가 아닌 벨벳같이 오묘한 느낌을 낸다. 이끼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컬러, 그린모스다.글, 사진 | 박유진 eugene bahc
2022. 08.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