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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상품명 전기가오리 대표 신우승, 땅에다 발을 대고 걷는다
판매가 ₩1
상품간략설명 인터뷰이 | 신우승 woo seung shin
인터뷰어 | 김미래 mirae kim
편집 | 쪽프레스 press jjokk
기획 | 윤지혜 jihye yoon
사진 | 박유진 eugene park
디자인 | 신채린 chaerin shin

2023. 04. 10
텍스트라벨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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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39.5 40 40.5 41 41.5 42
KR 245 250 255 260 265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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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오리 대표 신우승, 땅에다 발을 대고 걷는다 수량증가 수량감소 1 (  )
인터뷰이 | 신우승 woo seung shin
인터뷰어 | 김미래 mirae kim
편집 | 쪽프레스 press jjokk
기획 | 윤지혜 jihye yoon
사진 | 박유진 eugene park
디자인 | 신채린 chaerin shin

2023. 04. 10
상품명

전기가오리 대표 신우승, 땅에다 발을 대고 걷는다

판매가

₩1

상품간략설명

인터뷰이 | 신우승 woo seung shin
인터뷰어 | 김미래 mirae kim
편집 | 쪽프레스 press jjokk
기획 | 윤지혜 jihye yoon
사진 | 박유진 eugene park
디자인 | 신채린 chaerin shin

2023. 0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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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전기가오리 대표 신우승, 땅에다 발을 대고 걷는다

목차
The Walk #1
The Walk #1전기가오리 대표 신우승, 땅에다 발을 대고 걷는다

더 워크의 첫 번째 주인공은 학문 공동체 전기가오리의 신우승 대표입니다. 전기가오리는 상대의 말문을 잃게 하는 소크라테스의 별명이지만, 신우승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오히려 그간 영혼과 입이 얼어 있었음을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함께 공부하며 자극을 나누는 공동체를 꾸려나가기 위해, 이 끝없는 활동에서 나가떨어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유영하는 인물의 자취를 따라가볼까요.

신우승 대표

문제는 태도

전기가오리의 시작은 2016년이었죠? 그간 인터뷰들에서 반복해오신 답변이겠지만 그 첫걸음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모든 인터뷰는 다 반복적인 것 같아요. 그렇잖아요. 왜 U21  인터뷰 해도 어떻게 만나게 되셨죠 물으면 저희가 실은 고등학교 밴드였는데 말이죠 하고 시작하죠. 전기가오리라는 소크라테스의 별명을 서른 살 무렵 책을 읽다가 발견했는데 보자마자 언젠가 써먹어야겠다 싶었어요. 제 이름은 언젠가 바꿀까도 싶지만 브랜드 이름은 정말 마음에 들어요.

1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의 록밴드로, 포스트펑크 장르를 주로 선보였다.


신우승이란 이름은 본명인가요?
네. 유감스럽게도. 도울 우자에 도울 승자를 쓰는데 영문을 모르겠어요.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셨는데 작고하셨으니 지금 물어볼 수도 없고.

한국에서 철학 공부 하면서 세미나와 강의를 들으러 대학교든 외부 공간이든 바쁘게 찾아다녔는데, 가면 가장 의아한 게 아무도 웃지 않는 진지한 분위기였어요. 재즈클럽 같은 델 가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틀리지 않는 엄격함이 아니라 인터플레이에서 오는 효과잖아요. 물론 철학은 재즈가 아니지만, 만약 제가 직접 콘텐츠를 만든다면 허들이 낮고 유머러스한 인상을 주고 싶었어요. 거기에 딱 어울리는 이름이 전기가오리죠. 애초에 칭찬이 아니거든요, 얼굴도 전기가오린데 하는 품도 딱 전기가오리다 하는 인신공격에 가깝죠. 철학자 개인을 철학의 전범이라고 상찬하고, 거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신화화하고, 그의 흠결 없음을 암묵적으로 기대하는 태도들은 정말 싫거든요.

물론 전기가오리라는 이름을 소개했을 때 반감을 보이는 분들도 많았어요. 진지하지 않다거나 니들이 뭔데 소크라테스의 별명을 쓰느냐 등의.

지금은 다른가요?
지금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어쩌겠어요. 불필요하게 스트레스받느니 불필요한 평가에 좌지우지되지 말고 차라리 외로운 게 훨씬 좋다고 늘 생각합니다.

말씀하셨듯 외로울 수밖에 없는 1인 서비스이고, 진행할 때나 응대할 때 하나의 페르소나가 그대로 노출되잖아요. 그런데 거기서 확실히 유머가 느껴져요.
노력하거든요. 맞춤법을 정확하게 쓰고 비문이 없더라도, 이 사람이 유머를 잃지 않았음을 보여줄 수 있다면, 여유가 전해지니까요. 전기가오리라는 진지하고 알차면서도 여유롭고 편안한 플랫폼이기를 바라요.

새로운 일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앞 세대에 대한 불만을 동력 삼는데, 저는 교육이 서비스여야 된다고 믿거든요. 신발을 신어보고 사이즈가 안 맞는다고 하면, 보통 상점에서는 다른 걸 가져다주시잖아요? 그런데 철학 공부할 때는 듣는 사람들 전체가 이해를 못해도 선생님에게 다시 설명해달라고 요청하기가 쉽지 않아요. 아는 바를 설명하는 것만으로 교육은 충분하지 않은데 말이죠.

모여서 하는 공부에서 듣는 사람을 위한 설명이 불충분하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면, 책에서는 번역의 구습과 난도가 답답했어요. 철학 전공자들은 현대 한국어를 학술어로 내세우는 데 자신감이 없습니다. 그래서 항상 영어나 독일어를 직역하는 정도로 번역을 처리하죠.

직역도 직역이지만, 선행된 번역어를 따라야 한다는 관습이 요구되지 않나요?
맞아요, 약속된 언어보다 동시대에 적합한 표현으로 번역하면 오히려 신우승은 뭘 모르는구나 하는 반응을 만나요. 그래서 괄호 안에 병기를 해서 이전의 번역어를 밝히죠. validity를 “유효성(타당성)”이라고 적는 식으로요.

저는 어려운 책을 좋아해요, 어려운 책을 읽는 재미가 따로 있죠. 그래도 입문자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얘기했으면 ‘입문’의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일정 수준의 도식화, 생략, 예제 쓰기, 즉 어느 정도의 왜곡과 누락을 감수한다는 뜻이죠. 그걸 감당하는 저자는 많지 않아요. 박병철2 의 <쉽게 읽는 언어 철학> 같은 책은 그래서 귀합니다.

2한국 철학자로, 영미철학 관점에서 언어철학, 심리철학, 예술철학의 주요 쟁점을 연구하며, 철학과 영화이론 등을 가르친다.

정규교육, 즉 대학 바깥의 대안적인 교육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끼셨나요?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고요. 바깥에서 진지하게 공부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요. 얼마 안 되는 곳들이 있는 이 신(scene)이 게으르다고 느꼈고요. 해오던 대로 해서 유지가 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에요.

그런 대안적인 시스템에 일관성이나 장기성이 담보되지 않는 데는 역시 재정 문제가 큰 요인일까요?
아니요. 문제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중요한 건 운영자의 태도예요. 돈이 모자라다면 정부 지원을 요청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태도를 바꿔야죠. 재정에 변동이 있다면 거기 적응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하고요. 전기가오리도 이번 달 처음으로 인쇄 부수를 400부 줄였어요. 긍정적이지는 않은 소식이죠.

폐쇄성은 늘 문제가 돼요. 외부에서는 진보적으로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표절, 공역을 독자적인 번역 성과로 소개하는 문제 등 폐쇄성에 바탕한 폭력이 만연하죠. 수업시간 다 됐는데 허겁지겁 출력해 와서 인쇄물 나눠주는 모습을 보면 남의 돈 참 쉽게 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남의 돈 가장 어렵게 벌고 계신 것 아닌가요?
집에서 일하고 상사도 없는데 이 정도면 행복하죠.

천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돈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진보적인 운동을 하는 조직들이 지쳐 나가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결국 돈이 따라오지 않아서예요. 좋은 일을 3년 하다 방전되고 흩어지면, 동력도 성과도 증발되죠. 한 달에 300만 원만 주어져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어요. 구성원들이 미래를 내다보면서 자기 일을 꾸준하게 잘하려면 남의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죠. 돈을 냈을 때 아깝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 서비스의 운영자가 게으른 게 맞아요. 전기가오리를 시작할 때 저는 그래도 세 명 밥 벌어 먹을 수입을 확신했어요. 번역과 과외에 경험과 자신이 있었죠. 디자인 감각도 없지 않으니, 망하지는 않겠다 싶었죠. 한창 바쁠 때는 전기가오리 스터디를 네다섯 개 운영하면서도, 과외를 열여덟 개씩 병행했거든요. 초반부터 공짜로 일하는 사람이 없도록요.

우리는 다 새로워지고 싶으니까

시작할 때는 깨고자 하는 게 분명하니까, 그 반동 에너지가 크잖아요. 그런데 오래도록 지속하면서 조금 주춤해지진 않았나요?
물론이죠. 그래서 요새 고민을 많이 합니다. 사실상 전기가오리는 시즌 1이 끝난 셈이에요. 이제 시즌 2로 넘어가야 하는데, 무엇이 시즌 2의 쐐기가 돼줄지 모르겠어요. 처음 등장하면 다들 엄청 대단하잖아요. 그런데 지속하다 보면 한계에 부딪혀요, 다른 걸 할 시점이 온 거죠.

지금 생각하는 것은 작은 도서관, 작은 공부방 같은 오프라인 거점이에요. 출판하기 전에도 원고 작업해서 블로그에 올렸지만, 그때는 다들 콧방귀도 안 뀌었거든요. 모조지에라도 인쇄해서 펴내면 반응이 생겨요. 물리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의 힘은 굉장하죠. 그렇지만 오프라인 공간 내는 데 대한 부담감도 상당해요. 저는 자유롭고 싶은데, 일정한 공간은 일정한 시간을 담보 삼으니까요.

공간을 만들면 운영도 혼자 하시려고요?
그럼 누구 시켜요? 월세랑 인테리어 생각하면 귀찮고 부담되지만, 거기서 강의를 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일을 벌이려면 서울에 차려야겠는데, 서울에서 차린다는 것 자체에 대한 자기 모순도 크게 느껴지죠. 단순히 책 시리즈를 하나 더 론칭한다 정도의 규모가 아니라 시즌 2를 이뤄야 하는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요, 최근 큰 스트레스입니다.

우리는 다 새로워지고 싶으니까.
맞아요. 새로워지고 싶으니까.

이제껏 읽었던 전기가오리 인터뷰에서 이런 고민은 못 발견했어요. 이룬 것, 완성, 확신에 대한 것만 읽었거든요.
그게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거니까요. 어쨌거나 고민이 많을 땐 음악을 들어요. 새로운 음악 디깅하는 거 좋아하거든요. 지치지 않는 데 새로운 음악이 에너지가 돼요. 이미 끝난 것 같은 재즈 신에도 새로운 음악이, 편곡이, 레코딩이, 편성이 등장하잖아요.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이미 다 결정된 것 같은 세계에서 새로 해나가는데 나라고? 하면서 용기를 얻죠.


규모의 문제

정체성에 관해 여쭙고 싶어요. 전기가오리 초반부터 출판에 많은 힘을 들이고 있으시죠. 동시대 철학이 잘 소개되지 않아서, 단행본 단위가 아니더라도 논문 중심으로 최신 논의를 소개해야겠다 마음먹은 뒤로 쭉 논문 단위의 철학도 번역출판해오고 있으신데요. 출판 프로젝트에 대한 자체적인 평가는 어떠세요?
이 일 자체는 죽을 때까지 이어갈, 전기가오리의 뼈대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사실 논문을 왜 한국어로 소개하는지 정작 전공자들은 이해 못 하거든요. 원어로 읽으면 되잖아 다들 이렇게 말하죠. 전공자가 아닌 이들도 최신 논문을 읽고 이해하게 하는 것, 이것은 제가 뭘 하든 시즌 몇을 하든 계속 이어갈 일이에요.

그런 공부를 ‘모여서’ 하자고 제안하는 게 전기가오리죠. 공부를 함께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너지는 엄청나요. 공부는 혼자 하는 거라고들 하지만, 그러면 학문적인 습관, 잘못된 자세가 굳어지고, 성격적으로는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자의식이 과잉된 사람이 만들어지거든요. 자기를 내놓고 편안하게 대화 나눌 수 있는 이들과 모여서 공부하는 팀을 꾸리고 싶었어요. 전기가오리 초반에는 학부생들이 집에서 모여서 공부했는데, 그때 멤버들이 지금까지도 의지가 돼요. 다만 예전에는 함께 공부한다고 하면 문자 그대로의 의미였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죠.

규모의 문제겠죠?
확실히 규모의 문제예요. 사람이 다섯 명만 돼도 강의로 진행할 수밖에 없어요. 이게 지금의 “함께하는 공부”의 의미죠.

맨 처음, “함께하는 공부”는 운영자 스스로 혼자 하는 공부의 벽을 느껴서 연 거잖아요. 머리를 맞대자고, 그러다 이제는 서비스화하셨죠. 그러면 지금의 “함께하는 공부”에 함께하지 않는 후원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속이 터지죠. 가끔 그런 얘기 들어요. 책이 어려우니, 혼자 공부 더 해본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 마치 미용실에 와서 아직 머리가 짧으니 좀더 길러온 다음에 커트하러 오겠습니다 하는 말처럼.

함께하는 인원, 즉 공동체의 적정 규모를 생각해두셨나요?
8000명!

8000명! 지금 몇 명이죠?
7000명이 조금 넘습니다.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요즘 쫙쫙 빠지네요. 작년 이맘때는 8200명이었는데...

그릇이 왜 그리 크세요? 케빈 캘리(Kevin Kelly, 「1000 True Fans」의 저자)는 1000명이면 충분하댔는데…
저도 살아야 되고, 저희 장학금이랑 이것저것 나가는 것만 못해도 한 달에 1000만 원이에요. 인쇄비, 저작권비, 택배비…

물질적 혜택 대신 철학 자료를 파일 형태로 나누어주면요?
공유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기 때문에 pdf 형태로는 송출하지 않습니다. 또 사람은 뭘 손으로 잡아야 해요, 그건 인간의 본성이에요. 촉각, 시각적 쾌락, 소유에 대한 열망을 물질적 혜택을 통해서 충족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원색을 많이 쓰고 표지 코팅을 하지 않습니다.

데이터는 잘 아카이브하고 계신 거죠?
그럼요. 데이터는 잘 가지고 있다가 언젠가 안락사할 때 링크 올려놓고 버튼 누르고 도망가려고 해요. 죽고 싶을 때 죽고 싶어요. 제 정체성은 책을 읽고 나서, 정리하고 설명하는 것이에요. 그게 어려워지는 순간이 오면, 모아뒀던 돈으로 유럽 가서 재즈 페스티벌 좀 다니다가, 때가 되면 데이터 묶어서 드롭박스3  링크를 올릴 거예요.

3Dropbox. 파일 동기화와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한 웹 기반의 파일 공유 서비스로, 2007년 시작됐다.


운영진을 늘릴 생각은 없으시죠?
이 일은 1인 밴드로 하다 끝날 것입니다.

그럼 1인의 건강에 좌지우지되겠네요.
간혹 너무 아프면 당일 공부 모임 방송을 할 수가 없어요. 그럴 때 죄송스럽긴 해도, 둘셋이 운영하면서 생기는 문제보다는 가벼워요. 개인적으로 정기 검진이란 걸 작년에 처음 받았거든요. 골다공증이랑 고혈압 빼면 괜찮다던데요. 원래도 비실비실한 체질이라서요.

원래라면 어렸을 때부터요? 돌잡이 때 실 안 잡으셨어요?
아무것도 못 잡았어요. 저희 집 가난해가지고 돌잔치나 유치원 교육 같은 건 경험 못 했어요. 주민등록 생일과 실제 생일도 다르고. 출생 등록 늦는 것은 가난한 집 특징이에요, 죽는지 사는지 지켜보다가 등록하는 거죠. 30대 초반까지 반지하 살았거든요.


다른 방식으로 철학하기

개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분야나 저술 주제 있으신가요?
월말에 내고 싶은 책이 있어요. “우리의 철학 공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연재 중인 콘텐츠가 있거든요.

저는 버트런드 러셀4 이라는 철학자를 좋아하는데요. 분석 철학자고 명료하고 글 잘 써서 노벨문학상도 받았고 성격도 호탕해요. 그가 쓴 철학사나 언어분석도 좋고, 특히 다른 철학자들 대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에요. 다들 상찬하는 철학자를 “서양 철학계의 전염병이다, 질병이다” 하는 식으로 말해버리거든요. 비트겐슈타인5 을 픽업해서 기른 사람이기도 한데, 러셀이 대단한 점은, 비트겐슈타인이 나중에 돌아서거든요. 자기 글 이해 못 한다고 보여주지도 않고, 그렇게 됐을 때도 러셀은 그러라지 하고 말아요.

4Bertrand Arthur William Russell(1872~1970). 영국의 수학자, 철학자, 수리논리학자, 역사가, 사회비평가. 수리논리학 성립에 공헌하였으며, 평화주의 운동과 저술활동에 참여하였고, 195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5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1889~1951). 논리학, 수학철학, 심리철학, 언어철학을 다룬 오스트리아와 영국의 철학자. 논리 실증주의와 일상언어 철학에 영향을 끼쳤으며, 분석철학을 대표한다.


러셀보다 존경하는 사람은 존 버거6 예요. 존 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는 읽을 때마다 찡해요. 앞서 말씀드린 연재물에 『다른 방식으로 철학하기』라는 제목을 붙여서 단행본으로 소개하려고 합니다.

6 John Peter Berger(1926~2017). 영국의 비평가, 소설가, 화가. 1972년 부커상을 수상하였으며, 같은 해 BBC에서 방영된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의 진행자였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는 이 동명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책으로 만들어 출판한 것이다.


전기가오리에서 나오는 건가요?
다른 출판사에서 나오죠. 내가 써서 내가 출판하는 거 기괴하지 않나요? 나르시시스트 같잖아요.

여태까지의 모든 모습이 나르시시스트 같은데요! 전기가오리의 후원 시스템을 배타적으로 유지하고 계신데요.
나르시시즘과는 별개로, 유포도 안 되고 들어올 수밖에 없게 배타적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이에요. 배타성을 띠면 처음에는 오히려 더 안 들어오죠. 누가 저를 알고 들어오겠어요? 이 브랜드가 알려지지도 않았고 안정적이지도 않은데요. 그래도 처음에 각오했어요. 무조건 배타적으로 갈 거라고요.

시즌 2를 준비해야 한다고 하지만, 작게는 계속 혁신하는 모습이 보여요.
작은 것은 끝없이 바꾸죠. 개중 작지 않은 변화도 이따금 있고요. 그 하나가 후원금을 1만 원에서 1만 3000원으로 올린 것인데, 시즌 1.5를 위한 조치였어요. 원자재와 택배비가 상승했기에 3000원을 인상했는데 큰돈은 아니지만, 30%는 결코 작지 않으니 큰 결정이었죠. 이때 작업자들의 인건비를 전반적으로 올려드릴 수 있었어요. 새로운 출판물을 시작할 수도 있었습니다.

또 장학금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첫 장학금은 철학 전공자 한 명에게 학기마다 150만 원을 지원했습니다. 지금은 한 달에 200만 원씩 세 명의 전공자를 후원하고 있어요. 6개월에 150만 원 지원하던 것이, 한 달에 600만 원으로 늘었지요. 이 장학금 수혜자를 다섯 명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적어도 한 사람이 자신을 인정하고 자기 가능성을 보고 정기적으로 지원해준다고 느끼게끔 하는 거죠.

나중에 비트겐슈타인처럼 등지더라도요?
어쩔 수 없죠. 상처받아도 제 할 일 하는 거죠.

땅에다 발 대기

평소에 자주 걷는 곳 있으신가요?
키우는 개들을 산책시키느라 하루 세 번 걷습니다. 서울 이곳저곳을 걷는데, MK2 앞을 지나 우회전해서 경복궁을 따라 걷다가 보안여관을 끼고 돌아 옛날 대림미술관까지 쭉 걷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코스를 자주 걷습니다. 그렇게 크게 돌아서 집에 가는 걸 개들이 좋아해요.

사람은 아무튼 노출되면 피곤한 일이 자꾸 생겨서, 저는 은둔자처럼 살고 싶어요. 개 기르면서.

그러면서도 1인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모순을 안고 계시네요. 걷는 것의 어떤 점을 좋아하시죠?
걷는 건 땅에다 발을 대는 거잖아요. 의자에 앉아 있으면 받을 수 없는 느낌을 받아요.

매개 없이요?
네. 앉아 있으면 발의 존재를 잊게 돼요. 걸으면 내가 땅에 닿는다는 느낌이 분명히 전해지죠. 꾹꾹 눌러서 간다는 느낌이요. 약간 땀 날 정도의 속도로 한 시간쯤 걷는 게 좋아요. 하루라도 한 시간 이상 안 걸으면 답답하더라고요.

다라고 해봤자

최근에 이 일 하면서 진짜 재밌다 하는 순간이 있으셨나요?
출판물에 대한 설명 쓸 때요. 설명원고라고 부르는 쪼가리 글을 쓸 때, 기분이 좋아져요. 이건 나만 쓸 수 있다 하는 게 잘 써지는 날은 정말 좋죠. 최근에는 보르헤스7  에 대한 해설을 쓰는데요. 한국어로 된 보르헤스 해설서가 시중에 하나도 없거든요. 뭔 소린지 도통 모르겠는 글을 설명하는 것, 그러니까 해설을 만들어낼 때 참 좋아요. ‘해설’이란 게 제 포지션이에요. 저한테 잘 맞고 늘 제가 뿌듯하게 생각하는 일이죠.

7Jorge Francisco Isidoro Luis Borges(1899~1986).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시인, 평론가. 대표작은 『픽션들』(1940), 『알레프』(1949).


한편으로 이런 해설들이 밖에 도는 계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해요. 배타성을 한 번쯤 깨서 외부에 전기가오리라는 게 있다는 걸 알려줄 용도로요. 제가 가끔 놀라는 것 하나가 전기가오리 텍스트를 수준 낮은 것으로 여기는 후원자가 더러 있다는 사실이에요. 저는 저희가 하는 논문 번역은 한국에서 종래 없던 수준이라고 보거든요. 거기다 앞으로 30년은 없을 거라고도.

샐리 해스랭어의 「“그치만 엄마, 배꼽티는 진짜 예쁘잖아요!”」 설명원고 ⓒ전기가오리
보르헤스라는 우물 「존 윌킨스의 분석적 언어」 ⓒ전기가오리


그런 면에서는 바깥과의 교류가 요긴하겠네요. 그런데 결국 철학을 공부하면 어디에 좋을까요?
사람은 육체를 지닌 존재예요. 사람이 지식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며, 때로는 지식이 불필요한 자의식을 강화하죠. 햇빛 많이 쬐고 친구 만나고 맛있는 거 먹고 산책하는 게 철학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다만 철학은 세계를 바라보는 해상도를 바꿔줘요. 이전보다 높은 해상도로 세상을 볼 수 있고 심지어 다른 시각으로도 바라볼 수 있어요. 당연하다고 생각되던 것들이 그렇게까지 당연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되죠. 세계를 대면할 필요가 없으면 무시해도 되겠지만, 한번 세계를 마주해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면, 철학은 그 질문을 정교화하는 데 크게 기여해요.

해야 해서가 아니고, 할 줄 알아서만도 아니고, 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철학하시는 거군요?
네, 재밌고 좋아서요. 사적인 욕망과 사람들한테 공적으로 밝히는 바가 충돌하지 않는 영역입니다.

도울 우자에 도울 승자 쓰시는 분답게 스스로 돕고 계시네요. 후원이나 구독 시스템에 대한 1인 자영업자의 부담은 사실 상당한데요. 일관적으로 지속적으로 잘해나갈 것을 천명한다는 데 대한 두려움이 따르지는 않으세요?
저는 그냥 해요. 발을 뗀 순간, 여기에 삶을 걸었고, 플랜 B가 없습니다. 하다가 안 되면 어떡하지, 안 되면 다른 거 뭐 할까 같은 생각 안 해요. 어떻게 하면 될지만 생각해요, 여기에 그냥 다 걸었으니까.

다라고 해봤자 별로 없으셨잖아요
하하. 바로 그거예요. 손해 볼 게 없었죠. 집이 없으니 걸 집도 없어, 차가 없으니 걸 차도 없어, 뭐를 걸었겠어요.

인터뷰이 | 신우승 woo seung shin
인터뷰어 | 김미래 mira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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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 | 신우승 woo seung shin
인터뷰어 | 김미래 mirae kim
편집 | 쪽프레스 press jjokk
기획 | 윤지혜 jihye yoon
사진 | 박유진 eugene park
디자인 | 신채린 chaerin shin

2023. 0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