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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상품명 그래픽디자이너 양으뜸, 여정이 끝난 곳에서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걷는다
상품간략설명 인터뷰이 | 양으뜸 euddeum yang
인터뷰어 | 김미래 mirae kim
편집 | 쪽프레스 press jjokk
기획 | 윤지혜 jihye yoon
사진 | 박유진 eugene park
디자인 | 신채린 chaerin shin
공간 | 산삼오피스 sansam office

2023. 10. 31
텍스트라벨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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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디자이너 양으뜸, 여정이 끝난 곳에서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걷는다 수량증가 수량감소 0 (  )
인터뷰이 | 양으뜸 euddeum yang
인터뷰어 | 김미래 mirae kim
편집 | 쪽프레스 press jjokk
기획 | 윤지혜 jihye yoon
사진 | 박유진 eugene park
디자인 | 신채린 chaerin shin
공간 | 산삼오피스 sansam office

2023. 10. 31
상품명

그래픽디자이너 양으뜸, 여정이 끝난 곳에서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걷는다

상품간략설명

인터뷰이 | 양으뜸 euddeum yang
인터뷰어 | 김미래 mirae kim
편집 | 쪽프레스 press jjokk
기획 | 윤지혜 jihye yoon
사진 | 박유진 eugene park
디자인 | 신채린 chaerin shin
공간 | 산삼오피스 sansam office

2023. 10. 31

텍스트라벨

interview

그래픽디자이너 양으뜸, 여정이 끝난 곳에서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걷는다

목차
The Walk #6
The Walk #6그래픽디자이너 양으뜸, 여정이 끝난 곳에서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걷는다

티끌 많은 회색 종이의 만화책을 집어든 사람 중에는 효과음조차 ‘바라보는’ 사람이, 코미디 코너를 보며 긴장을 푸는 사람 중에는 신장 차이가 나는 듀오마저 A와 a로 ‘인식하는’ 사람이 있다니까요. 입체적인 것을 평평한 것으로, 평평한 것을 푸짐한 것으로 만드는 그래픽디자이너 양으뜸의 눈을 빌려, 주변을 한번 둘러보세요.

양으뜸 그래픽디자이너
트리가 된 두 개의 시옷

첫걸음에 대해 들려주시겠어요?
어렸을 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는데, 돌이켜보면 시각적 결과물을 만드는 데 대한 관심이었어요. 기억에 남는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의 미술시간이에요. 그날은 글자를 예쁘게 그리는 수업이었거든요. 크리스마스라는 다섯 글자를 만들면서, ‘리’는 막대사탕 모양처럼 그렸고, 두 개의 ‘ㅅ’은 트리 모양으로 만들었죠. 돌이켜보면 디자인 작업 비슷한 걸 처음으로 한 셈이었어요. 학창 시절에 미대에 진학해야겠다고 마음은 먹었는데 순수미술보다는 디자인과에 가야겠다고 판단했어요. 당시에는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들이 회화과에 간다고 생각한 모양이에요.

열두 살 때 그린 글자를 첫 디자인 작업이라고 봐도 되겠네요! 성인이 돼서 맡은 첫 디자인 프로젝트는 기억나세요?
그건 뭐였는지 잘 안 떠오르네요. 학부를 졸업하고 디자인 회사에서 인턴경험을 한 뒤에 사회적 기업 취직해서 일을 했는데, 디자이너로 입사는 했지만 디자인만 집중적으로 하기는 어려운 곳이었어요.

인원이 적어서 직무가 명확하게 갈리지 않는 환경이었나 봐요.
인원도 적었고, 앞으로 제가 성장해가고 싶은 방향이 맞지 않았어요. 정부 지원에 의존해 경영되는 회사라, 그때그때 프로젝트따라 구조가 바뀌고 팀 이동이 많았어요. 전부 계약직 신분이기도 했고, 장기적인 비전을 찾기 어려웠어요. 자연스레 대학원 진학을 결정한 시기가 2012년 11월인데, 원서를 당장 접수할 수 있는 곳은 때마침 서울시립대대학원 한 군데만 남아 있었어요. 좀더 스스로 디자이너라는 인식을 지니게 된 건 대학원에 들어가면서부터였어요.

그래픽디자인과 코미디의 관계

2014년 졸업 때의 전시와 논문 주제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실 수 있어요?
“희극적 장치: 그래픽디자인과 코미디와의 관계”라는 제목이었어요. 대학원을 다니면서 배운 것 중에 ‘낯설게 하기’라는 개념에 관심이 컸는데, 본격적이고 직접적으로 이 개념을 다루기는 버거워 보였어요. 그때 지도교수님이 제안주셨던 것이 코미디였죠. 어릴 때부터 코미디 보는 걸 좋아한 데다가 마침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성행하고 있기도 해서 그간 레퍼런스로 모아뒀던 걸 한데 다루기에 좋은 주제라고 판단했어요. 이를테면 코미디언 박나래와 장도연이 투샷으로 잡힌 장면만 봐도 웃기 좋은 환경이 갖춰지는데, 이건 그저 작은 것과 큰 것을 나란히 둘 때의 시각적 대비감 때문이죠. 신체의 포즈나 분장 같은 변형이 웃음으로 자아내는 것 역시, 그래픽디자인상의 형태 변형이라고 볼 수 있고요. 그렇게 코미디와 유사한 그래픽디자인 사례를 매칭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꾸렸어요.

코미디가 재미있다고 하셨지만, 제게는 코미디를 바라보는 디자이너의 눈이 더 재밌게 느껴져요. 소문자 a와 대문자 A가 걸어다니며 말을 한다고 상상하니 확실히 코미디 장르네요. 즐겨보는 코미디 프로그램 있으세요?
요즘도 예전 프로그램들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봐요. 원초적이랄 만한 것들을 보는데요. ‘만사마’라는 개그맨 아세요? 그분이 팀으로 나와서 반복적인 동작을 하는 ‘싸쓰’라는 코너를 좋아해요. ‘리마리오’도 좋고요.

지금 봐도 재밌나요? 학교 다닐 때 사물함 앞 공간에서 다 따라 하고 놀던 기억이 나요.
그럼요. 데뷔 초의 장도연을 볼 수 있는 「순정만화」 코너도 종종 봐요.

디자인 석사 학위논문
『희극(적) 장치 : 그래픽 디자인과 코미디와의 관계』

십수 년 넘게 일을 하면서 본인의 스타일이나 특유의 고유성이라고 정리된 항목이 있으세요? 주변 친구들이 디자이너인 만큼 서로 구별되는 부분도 있으실 듯해요.
전 아직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스타일이나 작업 방향성이 뚜렷한 분들이 부러워요.

작가주의적인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도 드물지 않죠.
맞아요. 디자이너의 정체성과 작가의 정체성을 모두 지닌 분들이 있죠. 그래서 저만의 스타일이라고, 타인이 인지할 만한 결과물 스타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예전 한 인터뷰에서 텍스트에 대한 이해와 콘셉트를 기반으로 작업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당시의 제 머릿속에서 짜낸 정체성이고, 다른 사람들에게서 인식되고 정의된 것은 아니었어요.

텍스트와 맥락을 이용한 디자인이라고 하면, 졸업전시 주제 때부터 연결되니 역사가 긴데요. 개인적으로 기념할 만한 것을 디자인하고 프린트해서 지인에게 나눠주는 타월 프로젝트도 꾸리고 계시고요.
기념 수건 프로젝트는 자주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총 3회 만들었어요. 첫 번째 수건은 학자금 대출 완납 기념이었고 두 번째는 스튜디오 개업, 최근 것은 스튜디오 1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었죠.

지금 하나 만든다면 기념할 만한 게 어떤 거예요?
실은 디자인스튜디오 이름 ‘데저트팜’에서 ‘콰칭!’으로 최근에 바꿨는데, 이걸 기념으로 만들까 생각하다 타이밍을 놓쳤어요.

데저트팜과 콰칭!, 각각은 어떤 뜻이에요?
데저트팜은 CSI 라스베거스 시리즈에 나오는 작중 병원이에요. 누가 다치면 데저트팜으로 보내지죠. 좋아하는 드라마인 데다가, 손님을 많이 받고 싶다는 심산으로 지었어요.

콰칭!은 만화 효과음에서 가져왔는데요. 제 본명이 과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서, 사업자명은 의미가 없거나 잘 드러나지 않는 우리말 낱말을 쓰고 싶었어요.

학자금 대출 완납 기념 수건
데저트팜 1주년 기념 돌잡이 수건
디자인 스튜디오 콰칭!의 양으뜸 디자이너 명함


오랜 클라이언트와 그렇지 못한 클라이언트

주요한 프로젝트로 grds를 자주 언급하셨죠.
2014년, 브랜드의 론칭 때부터 함께할 수 있었어요. 미디어아티스트 김용훈 님, 디렉터 박유진 님이 grds 오픈을 준비하면서, 당시 대학원을 막 졸업한 저에게 연락을 주셨어요.

첫 미팅 장소가 광화문 스타벅스였는데 광화문에 스타벅스가 여러 군데 있던 바람에 엇갈린 기억이 있어요.

최근에도 grds에서 시작하는 하위 레이블 브랜딩을 하셨으니 꼬박 10년간 같이 가고 있는 셈인데,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은가요?
흔치는 않아요. 그라더스 프로젝트를 시작한 시기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워크룸에 입사하기 직전이었는데요, 마무리 작업까지 할 수 있게 여러모로 배려를 받았어요.

grds는 2013년 12월부터 론칭 준비를 해오고 계셨는데, 로고 시안은 지금의 소문자 버전이 아닌 대문자 버전도 있었어요. grds라는 축약이 아니라 GRADUS라는 풀네임이었고요. 저는 디자인에도 수명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 수명을 결정하는 건 디자이너가 아니라 그 디자인을 사용해서 무언가를 만들거나 디자인이 사용된 무언가를 구매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요. 특히나 브랜딩에 있어서 디자이너의 역량이나 결과물의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일단 시각 아이덴티티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잘 가꾸고 활용하는 클라이언트의 역할이 중요하니까요! 결국 BI라는 건 벡터파일만으로 완결되는 게 아니고, 오래도록 사용되고 있는 grds의 아이덴티티 작업이 저에게도 주요한 프로젝트라고 느끼게 됩니다.

grds의 사례가 잘 맞는 클라이언트잡이었다면, 상반된 경험도 있었나요?
세 번 정도 더는 이분과 일하지 못하겠다고 느낀 적이 있어요. 개인 작가랑 일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에요, 만약 디자이너와 작가 사이에 큐레이터와 같은 기획자가 개입된다면 소통은 훨씬 쉬워지지만요. 디자인이라는 작업 역시 독립적인 영역으로 존중받을 때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고 믿거든요. 물론 계약서는 갑을의 관계로 작성되지만,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내가 해온, 해낸 일이 포트폴리오로 갱신되면서, 작업으로 이어지게 되니까요. 단순히 작가의 오퍼레이션을 수행하는 식으로만 진행하기는 쉽지 않죠. 디자이너는 프로젝트를 시각적으로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끌어가고 싶어 해요. 그런데 그 부분을 오해받을 때도 적지 않아요.

가끔 ppt 같은 툴로 이대로만 만들어달라고 하는 클라이언트도 있죠.
맞아요, 한번은 수작업으로 오리고 풀로 붙여서 모든 페이지의 레이아웃을 짜오신 분이 있었어요. 자신은 툴을 못 다루니까 기술자인 저에게 부탁한 셈이었죠. “이 디자인은 내가 다 했네, 디자이너가 할 게 없겠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상호 신뢰라는 가치는 중요하지만 언제나 보장되지는 않아요. grds와 계속 일해나갈 수 있는 것은 취향이나 제품 생산의 방향, 브랜드 철학 여러 가지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에요. 디자이너부터도 제품을 신뢰하고 좋아하는 상황인 거죠.

grds 로고

좋은 편집자라는 마법

그간의 기억할 만한 성취가 있다면요.
작업적으로 grds라면, 커리어상으로는 워크룸이라는 디자인스튜디오 겸 출판사 생활이었어요.

그곳엔 어느 정도 계셨어요?
3년 10개월 정도 있었어요. 출판사였기 때문에, 좋은 편집자를 보고 배울 수 있던 것 같아요. 그곳에 입사하기 이전까지는 책을 디자인물로 바라보았고, 내용이 좋더라도 안 예쁘다고 느껴지는 책은 구입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시각 결과물로 인지하던 제게 워크룸 경험은, 편집자의 큰 역할을 알게 해준 셈이에요. 좋은 편집자를 만나면 디자이너가 할 일이 별로 없어요. 편집된 텍스트 자체만으로로 완결성이 확보되어서, 인디자인으로 흘리기만 해도 딱 맞아떨어지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죠.

이를테면 제목만 잘 정해져도 그걸 시각화하는 일은 물 흐르듯 순조롭게 느껴져요. 또 본문 외의 텍스트, 즉 주석 같은 부속 텍스트의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런 것들의 구조를 만들어주는 편집자를 만나면 디자이너의 작업은 편해지죠.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좋은 편집자는 일을 덜어주는 분인 것 같아요.

아침 거미는 죽이지 마라

디자인을 하는 데 있어서 우선하는 원칙이 있나요?
목표하는 결과물, 그러니까 브랜딩을 하느냐 포스터를 만드느냐 책을 만드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는 디자인을 하고자 해요. 그 메시지에는 물론 클라이언트가 전달하려는 1차적 메시지가 속하지만, 한편 디자이너가 시각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도 들어 있거든요. 겹치기도 하고 별개가 될 수도 있죠. 그런 부분을 디자이너가 명확하고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최근의 작업에서 전달하려고 했던 메시지는 어떤 거였어요?
최근의 프로젝트 역시 grds와 함께하는 것인데, 아침의 활동을 이야기하는 내용이에요. 초반 회의 때 나온 이미지 중에는 해도 있었고 새벽을 환기하는 계열의 컬러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자연적인 요소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건 멋이 없다고 생각돼서, 아침과 옅게나마 관련이 되는 대상, 생물 같은 대상을 살피다가 ‘거미’를 찾았어요. 거미 여인에 대한 신화는 무언가를 직조하고 창조해내는 존재를 다루죠. 직조란 여성의 일이고, 창의와 생산을 상징하죠. 서양에 그런 신화가 있다면 동양에는 어떤 속담이나 격언이 있을까 리서치를 하다가 “아침 거미는 죽이지 마라.”1 라는 문구를 발견했어요. 그렇게 거미 형태로 그래픽 아이덴티티를 좁혀보았어요.

1 “아침 거미는 죽이지 마라, 밤 거미는 죽여라.” 아침 거미는 복을 밤 거미는 불행을 가져다준다는 일본의 미신에서 온 것으로, 아침 거미는 오후에 찾아오는 손님을 밤 거미는 도둑을 상징한다.


3 hours라는 이름이 하나의 혹은 일련의 제품을 안을 수도 있지만 콘텐츠를 풀어갈 수도 있는 라인이라 아이덴티티를 잡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거미라는 콘셉트가 해답이라고 느껴지네요!

거미를 형상화한 3hrs 로고

직전의 작업은 다음 작업으로의 연결점

15년이라는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시간을 지내오면서 좀 새롭게 느끼는 디자인 흐름이 있나요?
네, 강하게요. 제가 학생일 때부터 사회 초년생일 때는 해외 유학파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여행, 디자인 에세이 시리즈를 많이 참고했었어요. 디자인으로 이름 높은 지역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와서, 그곳의 디자인문화, 생활방식을 소개하는 책들이 있었고, 그 책의 글쓴이들은 마치 문익점 같은 존재로 느껴졌죠. 그분들에게서 많이 배우고 싶어 했어요. 그러고 나서는 작가주의적 성향을 지닌 디자이너들이 부각되는 시기가 있었어요. 김영나 디자이너 같은 확고한 스타일의 작가가 멋있어 보였고요.

그런데 최근에 느끼는 건 이전보다 상업적인 일을 주로 하는 디자이너들이 주목을 받는다는 거예요. 예산이 크고 화려한 작업, 큰 규모와의 회사, 이를테면 K-pop 아이돌 작업이나 더현대서울의 팝업 같은 이미지죠. 젠지 세대를 겨냥한 매끈한 스타일이 선호되고 쏟아지는 경향이 느껴져요.

예전에는 멋진 디자인이라고 하면 비상업을 떠올렸거든요. 요즘은 상업의 최전선에 있는 일을 하는 것이 터부시되기는커녕 선망되는 분위기가 조성된 듯해요.

재밌네요, 예전에는 인하우스에서 소화하거나 외주를 주더라도 큰 규모의 디자인 에이전시에 맡기던 것들을 협업이라는 형식으로 1~2인 디자인 스튜디오에 맡기게 되었잖아요? 지금은 외주라는 느낌보다는 ×(바이)라는 협업 느낌이 강하죠.
작은 규모로 일하는 브랜드 역시 많아졌고 브랜드 오너의 연령대도 어려진 것 같아요. 그런 젊은 세대의 관점에서 디자이너를 컨택하는 시선이 협업으로 드러난 게 아닐까 하는 것이 저만의 생각이에요.

인스타그램이라는 SNS의 영향력도 무시 못 할 텐데, 어쨌거나 이것은 디자이너들한테는 자기홍보의 수단이고 이걸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게 됐죠. 요즘은 그럴듯한 목업도 많기 때문에, 실제로 진행된 프로젝트가 아닌데도 가상의 클라이언트잡을 실제처럼 받아들이기 쉬워요. 그런 근원을 알 수 없는 작업물들이 광고되기도 하고, 광고라는 프레임 자체가 신뢰도를 주기도 해요.

맞아요.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가 SNS를 조성하고 관리하는 데 들이는 노력을 생각하면, 그렇게 저절로 만들어지는 신기루라고 치부하기도 어렵지 않나 싶어요. 디자인하는 일만큼이나 디자인한 것을 알리는 일도 중요하잖아요. 그걸 위해서 하는 노력에 어떤 게 있으세요?
직전의 작업은 다음 작업으로의 연결점이 되니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제 웹사이트를 꾸준히 리뉴얼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 게시물의 호응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도 자주 하는데, 하나 시도했던 건 새로 명함을 바꾸면서 ‘콰칭!’이란 이름에 맞게 소리가 연상되는 오브젝트들, 만화 장면 크롭들을 배경에다 넣으면서 인스타에 시도와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이미지적인 풍성함을 담아 내보이려고 해요. 예전에는 제가 한 작업을 텍스트적으로 설명하려고 애를 썼다면, 지금은 이미지적인 풍성함 속에서 작업을 선보이려고 해요.

하지만 그런 텍스트들도 자산이 될 거예요. 개인전을 하게 되어도 엄청난 소스가 될 테고요.
맞아요. 시각작업을 텍스트로 설명하는 것도 일종의 전략이 될 수 있을 테고요. 다만 인스타그램에서는 텍스트보다 이미지적으로 돋보일 방법을 고민하게 돼요. 주로 모바일 디바이스로 보게 되기 때문에, 후루룩 넘기게 되잖아요. 그렇게 넘기는 중에 뭔가가 눈에 탁 걸려서 멈추게끔 만들어야 할 테니까요. 포스터 작업물은 실물 출력으로 크게 봐야 멋진데, 그 판형을 그대로 살려서 인스타그램에서 축소된 형태로 올리면 멋없어지죠. 한편으로는 디자이너의 라이프스타일 같은 걸 보여줘야 될 텐데 하는 고민도 해요.

모바일 환경이라는 건 생산자에게는 고민의 원천이 되는 것 같아요. 저도 가끔 지하철에서 웹툰이나 웹소설을 보는 독자들의 스크롤 속도를 보면 경악을 넘어서 경이롭기까지 해요. 제가 그 정도로 스크롤을 빨리 내리면, 그건 콘텐츠를 읽는 게 아니라 콘텐츠 분량을 확인하는 정도일 거예요…. 물론 제가 실물 책을 읽는 차분한 속도로 웹툰을 읽으면, 그 속의 텍스트는 징그러울 정도로 크게 느껴지니까 제 속도를 바꿔야 하겠죠. 작업 이야기를 하다 보니, 디자인이라는 과업 외에 할 일도 굉장히 많다고 느껴지는데, 디자인에 따르는 여러 괴로움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거나 북돋아주는 장치가 있으세요?
편하게 보기에는 과거에 재미있게 봤던 것을 다시 보는 걸 하게 돼요. <명탐정 코난> 같은 만화도 반복해서 봐요. 1990년대의 셀 애니메이션 만화 분위기가 좋더라고요. 지금은 구현하기 힘든 그 분위기가요.

지금 보면 어린이 때는 이해 못 했던 은유 같은 것도 많고, 지금 보니까 보이는 부분들이 발견돼서 재밌어요.

작업의 시작점과 완료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은 어떤 거예요?
일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텍스트를 만들어요. 이미지가 주가 되는 작업이라도 텍스트적인 상상을 하게 돼요. 오늘 마침 예전에 써뒀던 메모를 발견했는데, “그림자” “쫀득” 같은 낱말들을 박스 쳐가면서 낙서해뒀더라고요.

무드보드처럼 만드시는 거군요?
네. 그게 단어일 때도 있고 문장일 때도 있는데, 어쨌거나 텍스트를 먼저 만들어봐요. 작업의 완료라고 기준 삼는 건 역시 ‘정산’이랄까요? 너무 멋이 없지만. 제 눈으로 실제 사용되는 걸 확인할 때가 사실은 끝났다는 실감을 주죠. 꼭 현장에 가보지 않았더라도 SNS를 통해서 릴리즈된 이미지를 보기만 해도요.

크게 될 친구들

디자인 교육자로 활동하시잖아요. 교육 경험은 어떠세요?
대학원 시절의 담당 교수님이 슬기와 민의 최성민 선생님이었어요. 졸업하고 뭐 할 건지 물어보셨는데, 잘 모르겠다고 대답드렸거든요. 잠깐이나마 작업실 같이 써보지 않겠냐고 제안주셔서 몇 달 함께 스튜디오 생활을 했었어요. 워크룸이라는 회사가 같은 동네에 있었는데, 구인 소식을 알려주신 것도 교수님이에요. 포트폴리오 제출도 없이 동네에서 당일에 면접 보고 입사하게 됐어요. 그곳을 퇴사하고 난 뒤에, 최슬기 선생님이 강의 자리가 있는데 한 학기 해보겠냐는 제안을 주셔서 계원예대에서 타이포그래피 수업을 맡았어요. 거기서 2018년도 가을학기를 출강한 뒤에 최성민 선생님이 시립대 강의를 제안해주셔서, “들어온 일은 거절하지 않는다.”라는 모토를 품고 있던 저는 열심히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시립대에서는 1학년과 3학년생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는데, 2019년부터 쭉 해오고 있어요.

수업하면서 오히려 배우는 것도 있나요?
배움은 당연하지만, 학생들이 어떤 작업을 해주느냐에 따라 배움의 종류는 달라요. 매년 얼개는 비슷한 과제를 내주어도, 다르게 해석하고 전혀 다른 결과물을 받게 되니 재미있어요.

스튜디오에 채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인재도 있나요?
채용을 할 형편은 안 되지만 크게 될 친구들은 있죠. 사실 요즘 친구들이 하나같이 잘해서, 제가 학교 다녔던 대로 지금 이들과 경쟁한다면 취업이 힘들겠다는 생각을 해요. 학생들이 접하는 레퍼런스도 많고 전반적으로 일상에서 향유하는 문화도 폭넓고 세련되졌어요.

한편으로는 그런 부족함이 그립기도 해요. 놀림받을 정도로 옷을 우습게 입는 친구, 촌스러운 장소, 이런 것들이 보기 힘들어졌어요.
환경이 풍부해졌어요…. 접하는 것도 풍요롭고, 주변 환경도 잘 정돈되어 있고, 디자인을 안 탄 것들이 없고요. 제 생각에는 어릴 때부터 좋은 걸 보고 자라면 좋은 걸 만들 확률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에요. 대신 그들의 눈이 높은 만큼, 그들 스스로의 작업에 일정 수준 이상을 요구하는 면도 있어요.

시각적으로 멋지게 뽑아내는 능력을 대부분 갖추고 있어요. 요즘 졸업전시에서는 ‘비슷함’과 ‘카피’ 문제가 두드러질 때가 많아요. 트렌드, 유행이라는 관점에서 누가 누굴 베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 이야기가 항상 나오게 되죠. 내가 처음 했다고 생각하거나 ‘와! 이런 건 처음 봐!’라고 느낀 최근 작업도 사실은 과거의 누군가가 이미 했던 것일 확률이 높고, 프로젝트의 의도나 시각화 전략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출발했지만 결과물의 시각적인 스타일이 유사해 보일 수도 있고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실제 자주 걷는 길은?
한 번에 집까지 갈 수 있는 버스가 조계사에 있어서 늘 퇴근길에 15분 정도 운니동을 걸어요. 보통 퇴근은 늦은 시간에 하고요.

달리기도 해봤는데, 무릎 때문에 얼마 못 했어요. 걷는 것의 장점은, 걸으면서 다른 걸 하지 않을 때 좋은 생각이 잘 난다는 거예요. 작업하면서 남겨둔 문제를 당장 해결하지 않더라도 머릿속에서 어떻게 하면 될까 조그맣게 그려볼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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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 | 양으뜸 euddeum yang
인터뷰어 | 김미래 mirae kim
편집 | 쪽프레스 press jjokk
기획 | 윤지혜 jihye yoon
사진 | 박유진 eugene park
디자인 | 신채린 chaerin shin
공간 | 산삼오피스 sansam office

2023. 10. 31